보도자료 Press

login
[08년 12월 23일] 푸제온 강제실시 청구-생명권을 넘어선 특허권은 존재할 수 없다! 글쓴날 : 2009-03-04 글쓴이 : 름달

 *강제실시 청구서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생명권을 넘어선 특허권은 존재할 수 없다!

- 에이즈치료제 푸제온 강제실시 청구



초국적 제약회사 로슈는 지난 2004년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4년이 지난 바로 오늘까지 푸제온은 한국 에이즈 환자들에게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약이다. 연간 2,2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절대로 약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로슈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다. 푸제온 특허에 대한 로슈의 독점적 권한은 로슈의 이러한 ‘살인적 의지’가 한국에서 관철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로슈가 푸제온을 공급할 수 있도록 유형, 무형의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제약회사의 살인적 의지 앞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허권이 곧 독점권, 합법적 살인권이 되어 있는 현재 시스템 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실상 강제실시 뿐이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인 강제실시를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있다.


WTO TRIPS 협정에 의하면 각 국가는 ‘공중의 건강과 영양을 보호하고 사회경제적 및 기술적 발전에 극히 중요한 분야에서 공공의 이익을 촉진하기’ 위하여 강제실시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한국 특허법 106조와 107조는 강제실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허법 제 106조는 특허발명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시에 있어서’ 그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비상업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정부가 특허발명을 실시하거나 제3자에게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허법 제 107조는 ‘특허발명의 실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특히 필요한 경우’에는 강제실시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정부는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며 강제실시를 허여하는데 있어 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지난 2002년 글리벡 강제실시 청구를 기각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발표된 WTO의 ‘TRIPS 협정과 공중의 건강에 대한 각료선언문’에는 (1) 회원국이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TRIPS 협정이 ‘방해하지 않으며 방해할 수 없다’는 점과, (2)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특히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높이기 위한 WTO 회원국의 권리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협정이 해석되고 이행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 강제실시를 발동함에 있어서 그 어떤 WTO 회원국도 이를 ‘방해할 수’ 없다는 국제적 선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 방기일 뿐이다.


강제실시는 지적재산권, 특허권을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파렴치한’ 제도가 아니다. 특허 제도를 기반으로 구축된 지적재산권 제도는 단순히 특허권자의 사익을 보상해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술의 공개와 발전을 통한 공공의 이익 향상을 위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강제실시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서 오히려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특허권에 대한 정당한 규제 방안일 뿐이다.


초국적 제약회사가 독점권을 무기로 요구하는 천문학적인 약가는 이미 환자 개인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 재정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의회예산처는 현재 의료비 증가 속도라면 2025년에는 의료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으며 미 보건복지부는 의료비가 현재와 같이 증가를 계속할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우스워 보일 수준의 엄청난 국가적 재정 위기가 올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의료비 증가의 가장 주된 원인은 신약과 신의료기기에 대해 제약사들이 책정하는 엄청난 가격 때문이고, 한국도 여기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복지부는 의료비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육박함에 따라 2006년부터 약제비적정화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약제비적정화방안은 신약 약가를 책정하는데 있어서 제약회사와 건강보험공단간의 약가 협상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독점적 생산지위를 보장받은 제약회사가 공급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에 약가 협상은 단지 ‘제약회사가 공급을 거부하지 않을 수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제약사가 원하는 가격을 들어주거나’ 혹은 ‘환자들이 죽어가도 외면하는 것’ 둘 중 하나일 뿐이고, 현재 푸제온 문제에 대해 정부가 취하고 있는 입장은 바로 두 번째이다.


더 이상 환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외면할 수 없고, 외면해서도 안된다. 특허권은 생명권을 넘어설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한국HIV/AIDS 감염인연대 KANOS와 정보공유연대IPLeft 명의로 푸제온 강제실시를 청구한다. 푸제온 강제실시는 더 이상 한국에서 특허권이 생명권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천명하는 의미를 지닐 것이다. 정부는 푸제온 강제실시를 통해 이 당연한 진실을 지켜내야 한다.



2008년 12월 23일




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의약센터,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사회진보연대, 이윤보다인간을,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인권운동사랑방, 정보공유연대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진보신당연대회의, 진보전략회의,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